개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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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스타벅스코리아 공식 사이트)

커피의 블랙경제

커피의 검은 경제②/ 커피 자본의 전략 ⇨ ‘고급 이미지’를 심어 더 비싸게 판다

Fact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2만7500원이다. ▲이 다이어리를 선물 받으려면 8주 안에 커피 6만원어치를 마셔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줄을 선다. ▲엔제리너스는 서울 세종로에 ‘스페셜티 매장’을 마련하고 “매장 관리자 전원을 ‘큐 그레이더(Q-grader‧커피 감별사)’로 배치해 고급 커피를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큐 그레이더에 대해 “한국에 1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따기 어려운 자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세대 ‘커피감별사’인 비니엄 홍(본명 홍대길)은 “커피감별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은 없다”고 했다. ▲그는 “조금만 준비하면 누구나 큐 그레이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탐앤탐스는 청계광장점에 ‘블랙 매장’을 차려 놓고 미술 전시를 기획했다. ▲그리고 일반 메뉴보다 값비싼 음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View
(①편에서 계속)
날씨가 매서운 요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앞에 줄이 이어졌다. 연말 한정 제품인 스타벅스 다이어리(플래너)를 사는 사람들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04년부터 매년 연말 ‘한정판 다이어리’를 판매해 왔다.

이 다이어리는 2013년 두 달간 42만권, 2014년에는 60만권이 팔렸다. 모두 동이 났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해 하늘색, 검정, 빨강, 흰색 등 4가지 종류의 다이어리를 내놓았다. 17일 현재, 스타벅스 경복궁 매장 계산대 앞에는 “일부 플래너의 수량이 품절되었습니다”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방법은 커피를 마시면 주는 ‘스티커’를 모으는 것이다. 스티커를 모으려면 토피넛 라떼, 헤이즐넛 크런치 모카, 크리스마스 바닐라 티 라떼 등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서 총 17잔의 음료를 마셔야 한다.

2만 7500원짜리를 6만 600원에 산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제일 싼 ‘오늘의 커피’는 3300원, 가장 저렴한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는 4800원이다. 오늘의 커피 14잔과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3잔을 마시면 총 6만600원이 든다.

그런데 이 다이어리를 사려면 2만7500원을 내면 된다. 그래도 ‘커피 17잔’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대학생 김영은(25)씨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커피 마시는 횟수를 부쩍 늘렸다. 그가 지금까지 마신 커피는 총 12잔. 김씨는 “5잔만 더 마시면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굳이 스티커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성취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커피는 마시는 거니까 손해를 보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했다. 

행사는 꼭 8주 동안만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17잔의 커피를 마시려면, 일주일에 평균 2.1잔의 스타벅스 음료를 마셔야 한다. 

시즌 상품… 멀쩡한 사람을 ‘콜렉터’로 만든다

다이어리 뿐이 아니다. 스타벅스의 MD 제품들도 인기가 좋다. MD는 ‘Merchandise’의 준말. 머그컵, 텀블러, 컵홀더, 보온병, 유리보틀 등 커피와 관련된 각종 액세서리를 말한다.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2차 MD가 출시된 2일엔 비가 내렸다. 이날 새벽부터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길다란 줄이 늘어섰다.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2차 MD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2차 MD 제품은 눈사람과 백곰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컵과 텀블러. 가격대는 1만2000원에서 1만9000원 정도로 결코 싸지 않다. 그러나 준비된 상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5년 광복절, 한글날에도 시즌 한정 MD 상품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의 MD 상품을 “일종의 문화 상품”으로 받아들였다. 직장인 조은영(27)씨는 “새로 나오는 텀블러와 머그컵 등을 모으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조씨는 시즌마다 MD 상품을 구매하는, 일명 ‘시즌 콜렉터’다. 이들 콜렉터들은 SNS에 ‘수집한’ 제품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고 있다. 

스타벅스 홍보사회공헌팀 송혜경 CP는 17일 팩트올과의 통화에서 “스타벅스의 MD 상품들은 고객들의 커피 문화 경험을 풍성하게 하게 위해 준비하는 마케팅”이라고 했다. MD 상품이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해 주면서, 동시에 다양한 커피 문화를 체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아서 시즌 한정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품절된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2차 MD

한 잔에 1만 2000원… 이제부턴 고급 커피를 마셔야지

‘커피’의 이미지를 이용한 판매전략은 MD 상품 만이 아니다. 커피 자체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새로운 이미지 마케팅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원.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커피 업자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고급 커피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4년부터 전국 36개 매장에서 ‘희귀한 원두로 추출한 리저브 커피’를 1만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원두를 고급 커피 추출기로 내려 판매한다”는 이 커피가격은 아메리카노의 약 4배에 달한다. 

그 결과일까? 이 회사는 2014년 매출 61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02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1년새 28%, 영업이익은 25%나 성장했다. 요즘의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경이로운 성장세다. 

매장을 화려하게 꾸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2015년 7월, 청계광장점을 ‘블랙 매장’으로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일반 메뉴보다 값비싼 음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블랙 매장’에서 5월 12일~7월 10일까지 ‘갤러리탐(Gallery耽)’이라는 미술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큐 그레이더?… ‘특별한 척’ 부풀리기

엔제리너스는 서울 세종로에 ‘스페셜티 매장’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 문을 연 이곳은 “매장 관리자 전원을 ‘큐 그레이더(Q-grader‧커피 감별사)’로 배치해 고급 커피를 판매한다”고 주장했다. 엔제리너스에 따르면, 큐 그레이더란 커피 품질(Quality)에 따라 등급을 정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머니투데이는 큐 그레이더에 대해 11월 27일 “한국에 1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따기 어려운 자격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1세대 ‘커피감별사’인 비니엄 홍(본명 홍대길)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커피감별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은 없다”고 했다. 나라마다 나름대로의 자격 시험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커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미국 스페셜커피협회(SCAA)의 교육 과정이 있다. 여기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으면 ‘큐 그레이더(품질 감별사)’라는 이름의 수료증을 받게 된다. 엔제리너스 측은 ‘큐 그레이더’를 커피감별사라고 했지만, 원래 커피감별사는 ‘커퍼(cupper)’라고 부른다. 비니엄 홍은 ‘큐 그레이더’에 대해 “조금만 준비하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했다.

커피머신과 캡슐커피와 머그컵과 물을 챙겨서…

커피의 ‘이미지 마케팅’이 심화됨에 따라, 캡슐 커피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집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데다, 맛과 향도 만족스럽다는 이유다. 캡슐커피는 ‘1컵 분량’ 캡슐 안에 에스프레소 커피가 농축돼 있는 제품이다. 전용 커피머신에 커피캡슐 하나를 걸고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진다.

시장조사업체 GFK 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국내 캡슐커피 머신 판매량은 2014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3.4% 증가했다. 원두커피 매출은 12.8%가 늘었다. 반면 인스턴트 커피 매출은 올 1월~4월,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14.8% 감소했다.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다. 

‘캡슐 커피’의 확산은 ‘커피는 실내에서만 마신다’는 인식까지 바꿔놓는 단계에 이르렀다. 야외에서 캡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포터블(portable)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머신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등산을 하면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제 ‘우아한 사람들’은 등산을 할 때도, 캠핑을 할 때도, 커피머신과 캡슐커피와 머그컵과 커피 끓일 물을 챙기게 됐다. (③편에 계속)

2015-12-18, 업데이트: 2015-12-23 16: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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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