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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한국행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photo=중앙일보 영상 캡처.

반기문 해부

팩트체크/ “프랑스 르몽드는 나를 비판한 적 없다”는 반기문 발언의 진실

Fact
▲“영미 계통 언론들이 나에 대해 비판적이다. 프랑스의 르몽드나 르피가로는 나를 비판한 적이 없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나를 비판한 기사가 있는지 봐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각) 우리나라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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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각) 오후 1시 뉴욕 JFK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총장으로서 이룬 업적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억울하고 야속하고 답답하다”며 “특히 영미 계통 언론들이 나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프랑스의 르몽드나 르피가로는 나를 비판한 적이 없다.”

반기문, “르몽드는 나를 비판한 적이 없다” 주장

“르몽드나 르피가로는 나를 비판한 적이 없다”는 반 총장의 말은 사실일까. 르몽드(Le Monde)와 르피가로(Le Figaro)는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일간지다. 반 총장의 주장과 달리, 르몽드는 2016년 12월 31일 “반기문이 실망스런 기록을 남기고 유엔을 떠나다(Ban Ki-moon quitte l’ONU sur un bilan décevant)”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서 르몽드는 “10년의 임기 동안 반기문 전 총장은 국제기구에 뿌리박혀 있는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했고, ‘세계 외교의 교황(pape diplomate)’으로서의 역할을 구현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분열되고 불투명해진 가운데 반 전 총장은 후임에게 자리를 넘겼다”고 비판했다. 

르몽드는 반기문 전 총장의 지난 10년을 총 일곱 가지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우선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서는 “너무 미약했으며, 너무 늦었다(trop peu et trop tard)”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봉쇄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앞에서 시리아 내전을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0월 ‘시리아 내전을 중단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실패했다. 유엔의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오고 있다. 르몽드는 “반 전 총장이 러시아의 반대 앞에서 마비가 됐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시리아로 날아가 아사드 대통령을 만났어야 했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 photo=s1.ibtimes.com



르몽드, 안보-테러-여성학대 문제로 반기문 비판

르몽드는 “(반기문 체제에서) UN 안보리는 절름발이가 됐다”고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학살극을 벌이는 남수단의 무기수입을 금지하지도 못했으며, 후치족 반군을 사살하는 사우디 군부를 막지도 못했다. 사우디가 “UN에 자금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자, 반 전 총장은 슬그머니 사우디를 규제 대상에서 빼버렸다. 

‘테러’에 대한 평가도 박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반 총장의 UN 안보리는 ‘극단주의와 투쟁한다’는 막연한 계획만을 갖고 있었을 뿐, 테러를 규제하는 실전 포스트를 구축하지 못했다. 난민정책에 대한 평가도 비판적이었다. 지구상에는 현재 6500만명의 난민이 있다. 1945년 UN이 창설된 이후 최대의 난민 위기다. 반 총장은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를 날아다니며 ‘인도적 조치’를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난민 이슈’를 2018년으로 미루는데서 그쳤다.

반기문 전 총장은 보수적 문화를 지닌 한국에서 자랐지만,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옹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2014년에는 UN의 동성애자에 대해 이성애자와 똑같은 권리를 부여했으며,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그러나 중앙아프리카와 콩고에서 만연한 ‘여성학대’에 대해서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르몽드는 기후 분야에 대한 그의 노력은 인정했다. 반 전 총장은 얼음이 녹는 그린란드를 방문했고, 물에 잠겨가는 키리바시를 찾아갔다. 퇴임 직전 이뤄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은 “그간의 노력이 파리 협정으로 끝을 맺었다”고 자평하며 “이제 후퇴는 없다(Il n’y a pas de retour en arrière possible)”고 말했다. 파리 협정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자는 협약으로, 지난해 11월 발효됐다. 반 전 총장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 스피겔. photo=cdn3.spiegel.de



독일 슈피겔도 반기문에 비판적

반기문 전 총장은 11일 귀국하면서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나를 비판한 기사가 있는지 보라”고 했다. ‘다른 유럽 언론은 나를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란 자신감을 은연중에 내비친 발언이다. 

그러나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슈피겔(Spiegel)은 반 전 총장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12일 “우리는 반기문 총장이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몇 주 전에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며 “유엔의 수장(반기문을 지칭)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려 하지 않았으며, 연약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반 총장은 파리 협정이나 지속가능한 목표 등 본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업적들을 확인해줬다”며 “하지만 실패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매체는 “반 총장은 ‘국제 사회가 (시리아 내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마치 체념하는 것처럼 들렸다(sounding resigned)”고 했다. 슈피겔은 이 기사에 ‘유엔의 분열과 무기력함(Disunity and Impotence at the United Nations)’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포르투갈의 주간지 엑스프레소. photo=www.innovationsinnewspapers.com



포르투갈 엑스프레소도 호의적이지 않아

반기문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유엔을 이끌게 된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신임 총장은 포르투갈 출신이다. 

포르투갈 주간지 엑스프레소(Expresso)는 지난해 10월 7일 “카리스마가 부족한, 조용한 협상의 지도자(O líder dos acordos silenciosos a quem falta carisma)”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반기문 전 총장을 조명한 기사다. 엑스프레소는 현재 포르투갈 대통령인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Marcelo Rebelo de Sousa)가 20대 때인 1973년에 창간했다. 

엑스프레소는 비평가들을 빌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협상가나 중재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그 외에 ‘어려운 결정을 맞닥뜨리면 피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반 전 총장의 권한은 종종 위기를 맞았다”며 “유엔은 내부적으로 ‘너무 관료적이고, 복잡하며, 비효율적이었다’고 꼬집었다”고 썼다. 다만 “기후변화를 막고 빈곤을 구제하려 했다는 점은 반 전 총장의 업적”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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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업데이트: 2017-01-13 18: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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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