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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광개토대왕' 표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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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광개토태왕’을 썼는가… 소설가 손정미씨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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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을 통해 나와 우리의 자존감을 되찾고 싶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라 생각했고, 나 스스로 작업을 하면서 한껏 고양됐다. ▲우리의 영광된 역사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심과 이상은 나와 가족을 넘어 사회와 세계, 인류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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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왜 그만 뒀어요?”

신문사를 그만 두고 역사소설을 쓰고 있는 내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이다.(저자는 조선일보 정치부-문화부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기자 출신이다.) 소설가로서의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신문사에 들어가서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오랜 꿈이었다. 특종 경쟁에 뛰어들다 보면 1년이 금세 지나갔고 연초가 되면 난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소설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박경리 선생과 손정미 작가. 

천우신조였을까. 문학담당이 되면서 한국의 대문호인 박경리 선생님을 뵈었고, 선생님으로부터 글을 써도 되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나의 오랜 꿈을 일깨운 계기였다.나는 몇 년을 더 고민하다 결국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작가의 길을 택했다. 22년간 일했던 신문사를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사 공부였다. 나와,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정체성이 뭔지 알고 싶었다.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그동안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들여다볼수록 이만큼 재미있는 게 없을 만큼 빠져들었고 점차 우리가 대단한 존재였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 그 때부터 역사를 소설로 다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소위 말하는 일부 ‘강단사학’이 우리 역사를 위축시켜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소설을 쓰는 사람의 공간이 더 넓고 유연해질 수 있지만 아쉬움이 크다. 우리의 우수한 역사도 제대로 캐내지 않고 조명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장군총. 

백두산 일대~중앙아시아까지 답사

첫 역사소설 ‘왕경(王京)’을 출판한 뒤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은 더 확고해졌다. 역사 속 위인, 영웅을 제대로 다뤄 우리의 찬란했던 과거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우리 역사 속 영웅을 모색하던 중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을 제대로 연구해 써야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3년에 걸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삼국시대 자료는 신라를 제외하고 척박한 상황이고 그 중 고구려 자료는 분단 한국에서 더 얻기 어려웠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기본이고 중국의 자치통감, 고대 병기도감 등 별처럼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하나하나 모아 나갔다. 광개토태왕 당시 고구려군이 누볐던 백두산과 국내성, 집안, 흑룡강성과 하북성, 중앙아시아까지 답사했다.당시 고구려의 의복에서부터 활과 말, 건축 등 시대상을 생생히 살려내고자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가 물었다. 

자료와 유물을 들여다보고 답사를 하면서 광개토태왕과 고구려에 매료됐다. 유서 깊고 찬란한 문화와 광대한 스케일에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나는 광개토태왕은 철기 제작에 대한 뛰어난 하이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부국강병을 이뤘다고 보았다. 고구려의 우수한 철제품은 고구려군을 강병으로 무장하고 초원을 거쳐 중앙아시아에 수출되었을 것으로 묘사했다. 실제 고구려는 철을 가지고 주변 국가와 무역을 했다는 기록이 중국 사서에 남아 있다. 중앙아시아 왕국의 벽화에도 고구려 사신이 등장해 이들과의 교류가 빈번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꿈에서 광개토태왕의 무사가 되기도

‘광개토태왕’은 장편 역사 소설인 만큼 등장인물도 많았다. 광개토태왕의 성격과 외모 사상까지 생각해내고자 했다. 즉위 무렵 실제 고구려에 인질로 온 신라 왕족과 그의 여인 등 다양한 인물 명단을 만들어 세심하게 채워나갔다. ‘광개토태왕’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내가 태왕의 무사였던 꿈을 꾸기도 했다. 소설에서처럼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에서 내려다보기도 했다.    

소설의 무대도 고구려 뿐 아니라 신라 경주와 중국 흑룡강성과 하북성, 중앙아시아까지 넘나들었다. 광개토태왕이 넓힌 강역은 지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공간보다 훨씬 넓었을 것이다. 

작업을 하는 나의 간절한 바램은 광개토태왕과 조상들이 남기신 유산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으면 하는 것이었다. 1600년 전 상황이라는 점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50년 전 역사도 잊어버리고 생경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광개토태왕을 통해 나와 우리의 자존감을 되찾고 싶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라 생각했고, 나 스스로 작업을 하면서 한껏 고양됐다. 우리의 영광된 역사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심과 이상은 나와 가족을 넘어 사회와 세계, 인류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편협한 이기심에서 벗어나 좀 더 평화롭고 여유로운 안목과 태도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개토태왕과 고구려가 품고 펼쳤던 원대하고 수준 높은 이상과 문화를 알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저자 손정미
2018-01-05, 업데이트: 2018-01-05 07: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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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