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사

photo

동양학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 말에 숨은 속마음/ 거꾸로 읽는 논어와 도덕경⑤

Fact
▲‘소인은 잘못을 반드시 꾸민다’는 명제를 역으로 구성하면 ‘군자는 잘못을 그대로 인정한다’가 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꾸미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View
小人之過也 必文 (자하왈 소인지과야 필문)
소인은 잘못을 하면 반드시 꾸민다. – 논어 자장편

‘소인은 허물을 범하면 반드시 꾸민다’는 논어의 자장편 구절은 사람의 본성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임을 보여준다. 소인은 반드시 꾸민다. 무엇을 꾸미는가? 변명과 핑계와 그럴싸한 이유를 들어 자신의 허물이 잘못이 아님을 항변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는 사람은 비단 뉴스에 나오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하다못해 교통경찰의 단속현장에서도 ‘나는 잘못이 없어요’를 만나게 된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꾸민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에 적발된 어느 연예인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애교에 불과하다. 

만지기는 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법인세율을 내리겠지만 감세는 아니다.
돈봉투를 받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건 아니다.
결혼은 했지만 유부남은 아니다.
정치에 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면허는 없지만 무면허는 아니다.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폭행은 아니다.
남의 물건을 훔쳤지만 도둑은 아니다

이처럼 변명하고 꾸미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비난과 정죄는 거부하고 인정과 칭찬을 갈구하는 것이다. 논어의 이 구절 때문일까? 한국 문화에서는 문책에 따른 항변을 ‘변명’과 ‘핑계’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서구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항변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직적인 권위가 크게 작용하는 문화 탓도 있겠다. 하지만 논어의 이 구절이 억울함을 소명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로 삼을 일이다.

소인은 허물을 범하면 반드시 꾸민다

‘소인은 잘못을 반드시 꾸민다’는 명제를 역으로 구성하면 ‘군자는 잘못을 그대로 인정한다’가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문책이나 손해배상이 두려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설령 돈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자신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하기에 자신의 잘못이 자신의 잘못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성범죄자들이 그렇다.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잘못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가 해소되지 못하는 고통 만이 중하다고 여기기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채권자의 상황보다 자신의 사정이 더 중한 사람들이다. 

두번째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나의 잘못이란 걸 알아도 문책과 배상이 두려워 잘못이 아니라고 꾸미게 된다. 책임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막게 되는 상황으로 키우기도 한다. 용기있는 사람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감수할 수 있기에 잘못을 꾸미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먼저 자신의 잘못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안다 해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니 자신의 잘못을 꾸미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잘못되긴 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잘못되긴 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대통령부터 저잣거리의 시비꾼까지 우리는 이런 말에 너무나 익숙해있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화가 나고 이런 말을 하면서 원망을 산다.

그러니 한번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이 잘못되었으며 내 잘못도 있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당신에 대한 험담이 줄어들 것이며 당신이 결혼을 했다면 부부싸움의 강도는 약해질 것이다. 자녀에게 당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최소한 부모의 권위가 무시당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전직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가있다. 만약 그가 진작에 ‘내 잘못이었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자신의 잘못을 꾸민 것이 그의 가장 큰 잘못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태경

오랜 시간 동안 동양학과 유불선을 공부한 동양학자. 특히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람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 한의학과 명리학에 천착했다. 호주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를 졸업했으며, 한국교통방송에서 PD로 일했다. 호주에서 한의사 자격을 획득, 시드니 서울한의원의 원장을 맡았다.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과 대한불교조계종 국제포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비등단 무시집의 시인으로, ‘나’와 ‘남’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세상을 바로 보게 한다고 여기고 있다. 
2018-01-08, 업데이트: 2018-01-08 05:33:18
댓글등록
댓글등록
답글등록
답글등록
댓글수정
댓글수정
작성자
댓글삭제
댓글삭제
작성자 홍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