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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전문가' 카치오포 박사가 알려주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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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친구라고 칩시다. 내가 어떤 일로 외롭게 됐어요. 갑자기 외로운 사람이 되다 보니 이제 나는 당신을 대할 때 더 조심스럽고, 방어적이게 됩니다. 내가 당신을 잠재적 위협으로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러면 상대도 그걸 감지하면서, 우리는 더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3~4년이 흐르면, 우리는 더 이상 친구 사이가 아닌 것이 됩니다. 둘 다 친한 친구 하나가 없어지는 거죠.” ▲20여 년 동안 ‘외로움’을 연구해 온 미국 시카고대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67) 박사의 말이다. ▲박사가 알려주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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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67) 박사는 특이한 심리학자다. 시카고대 ‘인지 사회신경과학 센터’(Center for Cognitive and Social Neuroscience)를 이끌고 있는 그는 20여 년 넘게 ‘외로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과 심리과학을 접목한 ‘사회신경과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 미국 과학진흥협회 심리학분과 의장이라는 경력이 그의 인지도를 대변한다.  

20년 넘게 ‘외로움’을 연구한 학자

카치오포 박사는 “사회적 관계(유대)가 없어졌을 때 사람의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외로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로움을 ‘눈맞춤(eye contact)이 멈춘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외면하고 자기 방어 모드(self-preservation mode)로 들어간다. 

이 방면의 권위자인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을 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그 역시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로 아내, 아이들, 친구들과의 관계를 아쉬워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여행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즐겨 탑니다.” 

그만의 외로움 극복 방법이다. 카치오포 박사는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살아야 한다”며 “외롭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한다”고 했다. 상식적인 조언이지만, 다시 한번 음미해 볼 말이다.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카치오포 박사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사람을 동물처럼 동물원에 수용한 것이다. 이른바 인간 동물원(human zoo)이다. 

“외로움은 빙산과 같다…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어”

대개 동물원 울타리에는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글이 붙어 있다. 인간 동물원에는 ‘혼자 살게 하지 말 것’(Do not house in isolation)이라는 주의 사항을 붙였다.  혼자 두면 외로움을 타고,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외로움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은 빙산과 같다.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더 깊게 뻗어 있다”(Loneliness is like an iceberg, it goes deeper than we can see)고 말했다. 

그는 외로움을 목이 마른 갈증이나 배고픔과 비교했다. 갈증이 몸에 물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듯, 외로움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이 의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 자체는 병이 아니지만, 병을 수반하는 ‘방아쇠’(trigger)”라고 했다.




외로움은 비만보다도 위험하다

외로움은 ①자긍심을 줄어들게 하고 ②감정 통제능력을 약하게 만들고 ③심혈관계를 손상시키고 ④혈압을 상승시키고 ⑤면역체계를 떨어뜨리고 ⑥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⑦수면의 질을 낮추고 ⑧우울증을 유발하고 ⑨노화를 촉진시키고 ⑩조기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등 뇌와 몸에 해로운 변화를 갖고 온다. 

카치오포 박사는 여기에 덧붙여 “외로움은 비만보다 더 위험하고, 심지어 흡연만큼 치명적”(Loneliness is more dangerous than obesity, and it’s about as deadly as smoking)이라고 강조했다. 

박사는 타액 검사를 통해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측정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측정 결과, 외로움을 심하게 느낀 다음 날 아침에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왔다. 외로움이 심할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외로운 사람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이 깊을수록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서적이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4명 중 1명 주기적으로 외롭다고 느껴…외로움도 전염”

우리 사회에 외로움은 얼마나 퍼져 있을까. 그는 “자체 연구로는 네 명 중 한 명은 주기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며 “미국인 25%가 ‘절친한 친구(confidant)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절친'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신의 뇌 속 화학작용을 바꿀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미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카시오포 박사는 나아가 “외로움도 전염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 친구라고 칩시다. 내가 어떤 일로 외롭게 됐어요. 갑자기 외로운 사람이 되다 보니 이제 나는 당신을 대할 때 더 조심스럽고, 방어적이게 됩니다. 내가 당신을 잠재적 위협으로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러면 상대도 그걸 감지하면서, 우리는 더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3~4년이 흐르면, 우리는 더 이상 친구 사이가 아닌 것이 됩니다. 둘 다 친한 친구 하나가 없어지는 거죠.”

카시오포 박사에게 쏟아지는 최종적인 질문은 단 한 가지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뭐냐”는 것이다. 아쉽게도 특효약은 아직 없다. 하지만 카시오포 박사는 치료제에 가까운 조언 한마디를 건넸다. 

“얼마나 외로운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거예요. 자신의 뇌가 자기 방어 모드로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치료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사례가 적긴 하지만요.”

외로움을 극복하려면 4단계 ‘EASE’를 실천해 보라

카치오포 박사는 구체적으로 영어의 첫 머리글자를 딴 ‘EASE’라는 4단계 단계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사회적인 유대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E(Extend Yourself)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관계의 손’을 내밀어 자신을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남에게 도움을 줘라. 그럴 때 사람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즉 봉사자로서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A(Action Plan)는 주도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카치오포 박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때론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뗏목(genetic or environmental raft)을 타고 표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의 힘’(surprisingly empowering effect)이 생깁니다.”

S(Selection)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The solution to loneliness is not the quantity of your relationships, but their quality)이라며 “조용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그런 조용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E(Expect the Best)는 상대방과 서로 ‘최선을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카치오포 박사는 “자신이 가진 사회적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 생각하고 조금만 연습하면, 따뜻한 뭔가를 세상에 줄 수 있다”며 “따뜻한 선의를 베풀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선의를 이끌어내게 된다"고 했다. 박사는 이것을 ‘쌍방향의 힘’(power of reciprocity)”이라고 표현했다.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이 완전히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만성적 외로움은 해가 되지만 단기간의 외로움은 긍정적”이라며 “이는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종합하면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개인적인 방법으로 자전거 타기, 여행, 가족(친구)과 함께 즐기기를 꼽았다. 여기에 사회적인 유대감이 요구되는 EASE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만약 여러분이 만성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 중 한 가지를 선택, 실천해 보길 바란다. 덧붙여서 새해에는 ‘혼밥’을 먹는 청년들, 삶에 지쳐 ‘혼술’을 하는 가장들, 아이 양육에 힘겨워 하는 주부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덜 외로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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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업데이트: 2018-01-08 05: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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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