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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화염과 분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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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나라 작가가 “문재인은 정신병자”라고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Fact
▲미국 정신과 및 심리학과 의사들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대통령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2월.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예일 대학교 정신과 교수 밴디 리가 “트럼프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월 5일 시판된 책 ‘화염과 분노’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저자인 마이클 울프는 "백악관에 거의 매주 드나들며 200회 이상 트럼프 대통령 및 백악관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나와 인터뷰했다는 울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이 논란을 보다 보니, 만약 우리나라 작가가 "문재인은 정신병자"라고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확실히 우리보다 개방적인 사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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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때문에 미국이 시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내밀한 이야기를 폭로한 책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이야기다. 출간 사흘 만인 8일, 미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은 당초 9일(현지시각) 출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측 변호사가 출판사(헨리 앤 홀트 컴퍼니)와 저자(마이클 울프)에게 “이 책의 출판, 배포를 즉각 중단하고 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자 오히려 출판사는 나흘 앞당겨 5일(현지시각) 판매를 시작했다. 

저자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64)는 4일 새벽 트위터에 “내일이면 이 책을 사서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마이클 울프는 기자 출신 작가다. 콜롬비아 대학교 재학 시절, 뉴욕타임스에서 ‘복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언론사와 연을 맺었다. 이후 USA 투데이, 할리우드 리포터, GQ 영국판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현재는 뉴저(Newser)라는 매체의 공동창립자이자, 애드위크(Adweek)의 편집자를 맡고 있다. 

트럼프의 정신상태 문제로 지적

책 ‘화염과 분노’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기에 백악관에서 출간을 막으려고 했던 걸까?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백악관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자, 트럼프 본인조차 충격을 받았다”, “정신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백악관 직원들의 코멘트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를 ‘바보’라고 부르는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 대한 이야기도 묘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는 6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자신의 정신이 건재함을 자랑하면서 “나는 최고의 대학에 다녔고, 우수한 학생이었다. 또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최고의 비즈니스맨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모두 알고 있듯 지난 10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이뤘다”라고 주장했다. 

작년에도 의사들 '트럼프 정신질환' 지적

지난해 2월 정신과 및 심리학과 의사, 사회 복지사들로 구성된 ‘경고할 의무(Duty of Warn)’라는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신은 대통령으로서 안전하게 봉사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단체의 창립멤버인 존 가트너(John Gartner) 박사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판단하며, 미국 대통령이 교체될 것으로 요구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가트너 박사는 2015년까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가트너 박사는 “수정 헌법 제25조 4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그의 직책에 따른 권한과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을 교체할 수 있다”면서 “학위 사항을 기재하여, 청원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에는 8일 현재 총 6만9571명이 서명했다.  

예일대학 컨퍼런스서도 ‘트럼프의 정신 상태’ 지적

이후 4월 예일 대학(Yale University)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도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인 밴디 리(Bandy Lee) 박사는 “몇몇 정신과 의사들이 지적했듯 트럼프의 정신 상태는 ‘방 안의 코끼리’”라며 “대중이 이 사실을 파악하고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안의 코끼리’(the elephant in the room)라는 말은 ‘아무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모두 알고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뜻이다. 

밴디 리 박사는 지난해 10월 ‘위험한 도널드 트럼프: 27명의 정신과 의사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대통령을 평가하다’(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 27 Psychiatrists and Mental Health Experts Assess a President)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뉴욕 대 정신과 의사인 제임스 길리건(James Gilligan)은 컨퍼런스에서 “나는 살인범, 강간범 등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이러한 공개 비판에 대해 “‘골드워터 룰(Goldwater rule)’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정신과 의사들이 공식적, 직접적 진료 없이 누군가의 정신 상태를 공표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규칙을 말한다. 

가트너 박사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적 면담은 가장 최소한의 통계적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진단방법”이라면서 “면담만이 최선의 진단 방법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저자 마이클 울프.photo=NBC 캡처. 


스티브 배넌이 트럼프 아들 비난했다?

책 ‘화염과 분노’에는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이 도널드 트럼프의 아들을 비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미국 대선 운동 중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인사들과 회의를 한 것에 대해 배넌이 “반역적이고 비애국적”(treasonous and unpatriotic)이라고 지적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배넌 본인은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7일(현지시각) 반박했다. 배넌은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그들(러시아 인사들)은 친구가 아니라, 교활한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매너포트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을 200회 이상 인터뷰?

마이클 울프는 “18개월 동안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백악관 관계자들을 200회 이상 인터뷰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사실일까? 그는 어떻게 백악관을 오가며 인터뷰를 할 수 있었을까? 그는 할리우드 리포터에 다음과 같이 썼다. 

“새 백악관은 대통령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종종 파악하기 어려워했다. 이러한 점은 내게 일종의 여권(passport)이 되어줬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반감을 표하지 않는 이상 백악관에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주 헤이 아담스(Hey Adams)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양한 고위 관계자들과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는 내 이름을 ‘시스템’에 올린 고위직 직원들과 함께 백악관을 가로질러 돌아다녔고, 날마다 웨스트 윙 소파에 앉아 있었다.” 
(*헤이 아담스 호텔은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이다.)

지난해까지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에서 편집자를 지냈던 재니스 민(Janice Min)은 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트럼프는 울프에게 백악관 웨스트 윙(West Wing)을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고 썼다. “울프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에 대해 ‘가장 위협적이고 위험한 대통령 후보’라고 쓴 이후부터였다”는 것이다. 재니스 민은 “울프에게 ‘그들은 당신이 (백악관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울프는 ‘모르겠다. 누구도 묻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인 AP통신의 제크 밀러(Zeke Miller) 역시 트위터에 “나는 백악관에서 울프를 여러 번 보았다”고 했다. 그는 울프에 대해 “회색으로 된 ‘언론(press)’ 뱃지가 아니라, 약속이 있음을 표시하는 파란색의 뱃지를 착용한 채 웨스트 윙(West Wing)에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나와 인터뷰했다는 울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프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한 적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2월 6일 전화통화 외에도 여러 번 다른 기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은 아마도 그런 기회들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대신 복도에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은 비공식 대화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독자 반응

이 책을 읽은 한 독자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어리석은 바보라고 말하고 있다”며 “만약 당신이 미국을 다시 멋지게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고 아마존에 후기를 남겼다. 다른 독자는 “트럼프 주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아프고 행동 기능에 장애가 있는 원숭이(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날아다니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고 썼다. 

반면 “직접적인 인용문의 대부분은 스티브 배넌, 로저 에일스(폭스뉴스 전 회장), 루퍼트 머독이 말한 것으로 돼있다”며 “(많은 인용문이) 따옴표 안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만들어진 말일 수도 있다”는 등 책 내용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표하는 독자도 있었다. 8일 기준 아마존에 남겨 있는 1300여개의 후기 중 비판적인 후기는 100여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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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업데이트: 2018-01-10 08: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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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길동